지금 어이없게도 인프라팀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답답한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팀에서 하고 있는 중요한 프로젝트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매니저도 그렇게 느꼈는지 둘이서 갈아 엎고 싶다는데 합의가 돼 다시 만들고 있고 내가 그 일을 맡고 있다. 프로그래밍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최소화하고 AWS의 리소스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자는 건데 내가 하던 대로 그대로 했다면 벌써 코딩해서 끝내버렸을 거였지만 이 기회를 통해 클라우드에 대해 제대로 경험해보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 방식이 마음에 들고 지지한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인프라팀에서 일을 하는데 테스트 환경에서조차 리소스 접근 권한이 없어서 이도저도 해볼 수 없다는 것이다. CloudFormation으로 EC2 프로비저닝 하는 게 내가 가진 권한의 전부다. 심지어 RDS 인스턴스 조차 만들지 못해 매니저에게 부탁해야 했다. 무려 테스트 환경에서 말이다. Lambda랑 System Manager를 쓰고 싶고 Role도 몇 개 만들고 싶은데 불가능이다. 보안이 중요한 건 잘 알겠는데 테스트 환경에서는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볼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 지금 환경으로 옮겨가기 전 혼자서 가능성을 테스트해볼 때는 내 개인 계정에서 잠깐 테스트를 했었다. 권한 문제가 없으니 이것저것 다 시도해보고 결과나 복잡한 정도에 따라서 쓸 수 있는 것 못쓰는 것 나눠서 계획에 반영을 했다. 그리고 테스트 환경으로 넘어왔는데 되는 게 별로 없다 아니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다. 아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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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신호

Others 2019. 2. 18. 10:32

벌써 몇 년 전인데 큰 회사에 다닐 때 이야기다. 신변의 변화로 다른 연구소로 옮겼었다.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를 다루는 팀으로 갔는데 오래 전부터 관심이 있던 분야라서 큰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프로젝트의 내용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들과 많이 달랐고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도움을 주기로 한 곳에서는 달가워하지 않는 간섭처럼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내가 그 쪽 입장이 된다면 별로 함께 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바로 내 프로젝트 사람들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내 경험을 돌이켜봐도 그랬다. 내가 속했던 조직이나 프로젝트에 외부의 자극이 들어오면 날카롭게 반응하는 된다. 간섭 같아 보이고 눈 앞에 놓인 산적한 문제와 일거리들 위에 해야할 일을 더 얹어 주는 것처럼 보여서 그게 그렇게 싫었다. 아마 내가 찾아갔던 분들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 때 나는 현실과 이론과의 괴리에서 견디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퇴직을 하고 열 명 남짓의 스타트업으로 옮겼다. 매일 엄청나게 많은 일을 해야 했지만 내가 가진 것들을 쏟아부었고 그러면서 많이 배웠고 경험했다. 그 뒤로 런던으로 옮겨 또 다른 스타트업에서 일했다. 


작은 회사에서 일하면서 내가 만드는 소프트웨어가 고객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경험을 했다. 특히나 런던에서 일할 때, 내가 오늘 코딩하지 않으면 릴리즈가 되지 않고 지금 당장 코딩하지 않으면 라이브 이슈가 해결되지 않는 짜릿한 경험들을 했고 그것이 참 좋았다. 그러면서 최초로 프로모션을 한 엔지니어가 됐고 엄청난 신뢰를 얻었다. 한국에서는 비슷한 스타트업이었지만 그렇게 즐겁게 일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지금은 미국.


시간이 지나면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한 번은 이름이 잘 알려진 큰 회사에서 일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이력에 글로벌 회사를 하나 넣어두면 한국으로 돌아가서도 커리어를 펼칠 때 플러스 요인이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과거 내 경험과 지인들의 조언에 비추어 보면 한국 사회에서는 큰 회사, 유명한 회사 경력을 높이 평가해준다. 딱 이런 이유 하나 때문에 지금 회사의 오퍼를 수락했다. 


그런데 어떡하냐. 이제 겨우 2주가 지났을 뿐인데 벌써부터 강렬한 부정적 신호를 감지했다. 여긴 니가 있을 곳이 아니다 라고 말하는 내 깊은 곳 어딘가로부터 나오는 신호. 오퍼를 두 개 받았었다. 하나는 유망해 보이는 스타트업, 하나는 지금 이 회사. 지금 이 부정적인 기운이 이 회사를 선택해서 내게 찾아온 기회비용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나를 좀 더 제대로 이해하고 나를 좀 더 나로 만드는 촉매라고 해야겠다. 나는 하기 싫은 일, 재미 없는 일을 하면 안된다는 것을 분명하게 깨닫게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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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근

Others 2019. 2. 8. 14:04

런던을 떠나 장장 6개월에 걸친 원격근무를 마치고 이번 주 월요일부터 새로운 직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곳 시애틀에 하필이면 일요일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우버 타고 출근하면 된다고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다가 출근을 못했다. 나 뿐만 아니라 회사 대부분의 사람들이 출근을 못했다고 한다. 팀은 전원 재택근무를 했고. 처리해야 될 서류들이 있기 때문에 꼭 출근을 해야했기에 화요일 수요일은 아침에 리프트를 타고 출근을 했는데 멀지도 않은 출근길이지만 무려 110불 정도를 썼다. 그래서 오늘은 버스로 첫 출근. 


팀원들과 인사 나누고 랩탑에 개발환경 설정하고 소스코드 받아 살펴보며 일을 시작했다. 하필이면 첫 출근하는 날부터 눈이 와서 오늘에서야 전체 팀원들을 다 만날 수 있었고 덕분에 업무 시작도 조금씩 늦어지고 있다. 소스를 받아 살펴보니 노드 6. 버전을 쓰고 있고 코딩 스타일도 상당히 오래돼 보였다. 갑자기 자신감 충전. 스프린트 시작에 맞춰 입사를 하게 된 거라 이런저런 미팅에 따라 다니면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도무지 알아들을 수 있는 게 없다가 짧은 시간이지만 코드를 보니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여기서 드는 의문. 


회의 도중에 저게 뭘까. 저게 뭐길래 이렇게 오래 회의를 하고 있나. 일정도 상당히 긴데 어려운 일인가. 간단해 보이는데. 

코드를 보니 내 생각대로 몇 시간 개발하면 끝날 일을 정말 오래 의논하고 결정을 못내리고 있다. 미팅 중에는 매니저가 바로 결론을 내리지 말고 좀 더 논의해보자는 이야기를 했을 때 상당히 괜찮은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엔지니어들에게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준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인데 지금 생각해보니 시간적인 여유가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하려는 것 같기도 하다. 


오랜만에 큰 회사로 돌아왔다. 내 시간은 여전히 스타트업에 맞춰 돌아가는가보다. 정확히 무슨 일을 하게 되는지 몰랐는데 오늘까지 미팅에 들락날락 해보니 알겠다. 내가 그 동안 잘 못하고 하고 싶지도 않았던 것들을 일을 하게 될 것 같다. 개발 언어 하나는 잘 맞아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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